공직선거법 제251조 후보자비방죄
by 리퀴드
'대통령 이명박 괜찮을까' 시리즈와 '이명박의 실체..우리는 진실이 알고 싶을 뿐이다'라는 게시물을 올렸다고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재판은 이미 다 끝난 분위기였다. 검사는 내가 올린 게시물을 프린트한 것을 자랑스럽게 흔들어 보이며 검사신문 할 것 없다는 식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변호인신문을 하면서 '선처를 바랍니다'..뭐.. 이따위 소리가 안 나오자 이상했는지 나한테 달려와서는 소리를 빡빡 질러댔다. 이 사람이 왜 이러나? 아까 이렇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냐고 오히려 내가 따지자 판사가 말했다.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조용히 하라는 뭐 그런 의미였던 거 같다. 매우 권위적인 분위기와 내 얘기는 들을 것도 없다는 식으로 빨리 빨리 해치울려는 재판정의 분위기에 압도된 나는 최후진술을 하라는 소리에 약간 버벅대다가 서면으로 제출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짧게 간단하게 써야지 괜히 길게 쓰면 오히려 불리하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검사는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나는 그만 풋하고 웃고 말았다.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며 나와야 했다.
짠 것을 짜다고 하고, 신 것을 시다고 말했을 뿐이다. 도대체 뭐라고 어떻게 더 쉽게 설명해주어 하나? 내가 숨쉬고 살아가는 이 곳이 정말 이 정도로 썩어 문드러 졌다면 차리리 감옥에 들어 앉아 한 몇 년 세상 빛을 안보고 살아도 뭐 그만일 것 같다. 법원에 제출하기 전에 변호사에게 한번 읽고 손 볼 데 있으면 조언해달라고 보냈다. 아마 지금 이 글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온화하게 다듬어져서 제출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고치기 전에 이 글을 올리기로 했다. 이 글이 진짜 나의 마음이니까.
혹시 나처럼 공직선거법 제251조로 맘고생하는 네티즌들이 지나가다 본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2008.03.13
오타만 고쳐서 그냥 돌아왔다. 검사의 구형이 징역 4년이 아니라 징역 4월이었더구만. 징역 4년으로 알아 듣고 갑자기 터져 버린 내 웃음의 강도가 징역 4월이라고 똑바로 알아 들었다면 얼마나 작아졌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암튼 오타만 수정해서 그냥 내기로 했다. 이러나 저러나 깨끗한 내 경력에(?^^) 빨간 줄 긋는건 마찬가지, 아무 생각없이 무관심하게 살았던 세상에 얼떨결에 귀싸대기 제대로 얻어 맞고 코피 터진 건 마찬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이 미친 세상에 누구처럼 구여운 * 개처럼 꼬리 흔들면서 살고 싶지 않은 자존심은 남아 있으니, 이래 저래 이 미친 세상에 제대로 한번 징하게 맞고 얻어 터지면서 살아 보는 것도 그닥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적어도 그 옛날 이 대한민국에서 자랑스럽게 저질러졌던 사람을 홀딱 벗겨서 막대기에 매달아 놓거나 물 속에 처박는 그런 짓은 안할테니.
감방 창틀을 통해서 들어오는 어슴프레한 빛을 바라보며 희망을 그려보는 것이 이 벌겋게 훤한 세상에서 절망을 느끼고 질식할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사는 것 보다는 오히려 더 속 편하고 행복할지도 모르니까..
그나저나 검사양반 우리 대법원까지 함 열심히 싸워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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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후 진 술 서
공직선거법 제251조는 형법 제37조 1항의 명예훼손죄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사실의 적시라 하더라도 선거에 입후보한 특정한 사람의 ‘명예’라는 ‘개인적인 법익’을 국가기관이 알아서 나서서 보호해주라는 취지의 법조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 국가의 모든 법률이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석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직선거법 제251조도 공직선거법의 입법취지 범위 안에서 해석되어야 하고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공직선거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의한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히 행하여지도록 하고, 선거와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라고 하여, 이 법의 입법취지가 ‘공정한 선거’를 통해서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선거에 출마한 사람들은 그 정치. 업무경력 뿐만 아니라 사생활에 관하여도 비판과 검증을 거쳐서 공직을 수행할 자질과 능력을 평가받아야 하는 공인이란 점에 비추어 볼 때,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의견이나 정보가 범람하는 선거철에 일반 국민들이 적절한 투표권을 행사 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는 오히려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알 권리’와 ‘의사표현의 자유’를 폭 넓게 보호해 주는 것이 선거를 관리. 감독하는 관련 국가기관들의 임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현재 우리는 전 세계가 인터넷이라고 하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어서 국가간의 장벽이 사라진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저 아시아의 어느 구석에 있는 작은 국가에서 군대와 총으로 위협하고 언론을 통제하면서 분노가 폭발한 국민들을 억누르려고 했어도 전 세계는 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인터넷에 올라오는 정보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다 알 수 있었고, 저 아프리카 오지의 어느 작은 국가에서 국민들을 학살하면서 소위 ‘선거’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서 독재권력의 횡포를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정당화하려고 해도 전 세계의 사람들은 그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인터넷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이미 다 알고 있었고 모두 비웃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권력이 인터넷상의 자료를 함부로 삭제하거나 자료를 공유하는 네티즌들을 잡아 가면서 정보의 유통을 통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소문만 더 무성하게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만들 뿐이고 국가의 권위를 실추시킬 뿐입니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행해졌던 기준도 없는, 이중적인 그리고 과도한 인터넷상의 정보 통제는 국내 네티즌들을 외국 사이트로 몰려가게 만들었고, 전 세계의 네티즌들이 모이는 곳에 남한의 대선관련 자료가 무더기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명박 후보 관련 한 동영상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히트를 치면서 세계적인 망신을 당하는 어이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진실한 사실의 적시에 의한 공방을 처벌하는 입법례를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판례도 선거 입후보자들간의 비방사건에서도 적시된 사실이 진실인 사인에서는 위법성조각을 부인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선거에 출마하지도 않은 일반 국민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거나 언론의 기사 등을 기초로 만든 선거관련 자료를 인터넷에 올린 것을 단지 그것이 특정 후보에 불리하거나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만으로 공직선거법 제251조로 처벌하는 것은 오히려 공정한 선거를 방해하고 민주정치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 아닌가요?
이러한 규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천명한 헌법정신과 공직선거법 제251조의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공직선거법 제251조에서의 후보자의 명예라는 개인적 보호법익은 결코 ‘공정한 선거’의 기본 전제가 되는 일반 국민들의 ‘알 권리’와 ‘표현의 권리’ 보다 우선 순위에 둘 수는 없는 것입니다. 선거후보자들의 명예에 관한 개인적 법익은 형법으로 충분히 규율할 수 있습니다. 특정 후보자의 ‘개인적 법익’이 ‘공정한 선거’라는 중차대한 국가의 ‘공익적 법익’에 우선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민주주의란 단순히 형식적인 선거의 유무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떤 사안이건 간에 다양한 관점에서 제기될 수 있는 ‘비판’을 ‘공정한 여론 시장’을 통해서 자유롭게 공유하고 또 평가받는 것을 전제로 한 정치체제입니다. 그리고 민주정치란 일반 국민들의 정치인에 대한 독설과 풍자도 ‘비판’으로서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는 곳임을 의미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민주정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비판’과 공직선거법 제251조가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위험 때문에 처벌하려고 하는 ‘비방’은 분명히 다른 것이고 확실히 구별해야 할 것입니다.
자칫 애매할 수도 있는 이 경계선을 판례는 "공직선거법 제251조상의 ‘비방’은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을 깎아 내리거나 헐뜯는 것을 의미하는데, 주로 합리적인 관련성이 없는 사실 예컨대, 선거와 관련이 없는 즉 공직의 수행능력이나 자질과는 무관한, 전혀 사적이거나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사항을 폭로 또는 공표한다거나 날조된 허구의 사실을 전달하는" 라고 정리하였습니다. 수많은 평범한 시민들을 범죄자로 만든 이번 2007년 선거법 사안에서 ‘비방’은 어떤 개념으로 해석한 것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설마 피고인의 공소장에 적시한 바와 같이 특정 후보자에 대한 ‘비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대한민국은 ‘체육관 선거’가 용인되었던 시절이 있었고,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이 아닌 군부독재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도구로만 이용되어 왔던 사이비 민주주의를 경험한 역사적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 군부독재권력이 민주적인 정당성을 부여받고자 실시했던 형식뿐인 무늬만 ‘선거’를 통해 통치하는 대한민국에서 ‘민주정치’가 행해졌다고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국민들이 누군가에 의해서 ‘허용’되거나 누군가의 ‘마음에 드는 정보’만을 접하고 표현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 허용된 범위를 넘어서는 정보를 알고자 하거나 알리고자 한 사람들이 국가권력에 의해서 짓밟혔었기 때문이 아닌가요?
그동안 기껏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져서야 누구를 찍을까하고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서 기웃거리기나 했던, 정치조직에서 한번도 활동을 해 본적이 없이 세상에 무관심하게 살아왔던, 그리고 사소한 과태료 범칙도 하지 못하고 소심하게 살아왔던 피고인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분명히 국가의 법을 위반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경찰에서 부르고, 검찰에서 부르고 법원에서까지 부르는데 왜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의문만 생기게 되고, 뭐가 잘못된 건지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왜 피고인이 저질렀다고 하는 범죄 행위에 대한 ‘정당성’만 커져 가는 걸까요? 기껏해야 학문적인 그리고 이론적인 관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일들을 직접 겪음으로서 오는 정신적인 충격이 너무 커서 그랬는지 검사님이 징역 4년을 구형하시는 순간 저도 모르게 그만 피식 웃음이 나와 버렸고 저는 웃음을 참으며 재판정을 나와야 했습니다.
대선 후보와 관련한 언론의 객관적인 자료에만 기초해서 만든 ‘대통령 이명박 괜찮을까’라는 작품을 만든 공소 외 김연수와 그리고 상당한 양의 언론기사를 근거로 제시하며 자신의 견해를 표명한 게시물을 만들었던 한 무명의 네티즌은 불법 게시물을 만든 위험한 범법자들이 아니라 오히려 민주정치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국민의 수준이 어느 정도 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 나이 먹도록 이런 어린 청년이 만든 자료나 퍼 오고 무명의 네티즌이 만든 게시물에 걸어둔 링크에 들어가서 언론의 기사나 확인하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 수준 밖에 안 되는 피고인 스스로가 많이 부끄러워졌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 보는 재판정에서 변호인이나 검사 신문 시 예, 예라고만 답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예상을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피고인이 제지를 당하게 되자 많이 당황을 해서 거의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재판을 끝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이 최후진술을 서면으로 대신할 수 있게 허락해주신 판사님께 감사드리며 최후진술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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